韓, 경영학 교육 부실…中기업서 배울 필요 `다윗의 정신 강조` 김용준 차기 경영학회장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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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9-04
韓, 경영학 교육 부실…中기업서 배울 필요
`다윗의 정신 강조` 김용준 차기 경영학회장
"기존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느릴 수밖에 없어요.
국가 경쟁력을 키우려면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의 정신을 가진 창업가들을 키워내야 합니다."
김용준 차기 한국경영학회장(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이 지난달 20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할수록 기업가 정신 교육과 창업가 양성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이 생기면 기득권 세력은 방어하려고 합니다.새로운 산업·기술의 정착을 지연시키죠. 유능한 새 창업가가 나와야 시장 요구에 부응하는 기업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가 예로 든 것은 에지(Edge) 컴퓨팅이다.
그동안 클라우드 기술로 아마존이나 구글이 군림했다면 지금은 클라우드의 데이터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허점을 에지 컴퓨팅이 파고들고 있다. 에지 컴퓨팅이란 데이터를 한곳에서 처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달리 데이터 수집·분석·처리 등 주요 기능을 여러 위치에서 분산적으로 수행하는 개념이다.기술이 변하면 소프트웨어·하드웨어·반도체 등 유통채널이 새로 생기는데, 기존 회사들은 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대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변화를 누구보다도 먼저 감지했지만 이에 맞춰 실행에 옮기는 동력이 부족했다"며"단순히 기존 것을 지키는 방법에 익숙한 경영자들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하는 창업가들과 경쟁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는 "젊은 창업자들을 지금이라도 배출하지 않으면 향후 10~20년 내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은 요원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대학에서 이뤄지는 경영 교육은 창업가 양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경영대에서는 유능한 전문경영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칩니다.명문대 경영학과 학생들은 높은 보수를 받는 월급쟁이가 될 궁리만 합니다.요즘 창업가들은 공대 출신이 많지 경영대 출신은 거의 없어요."경영학회도 현실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그래서 경영학회 회장 임기 동안 4차 산업혁명과 미·중 무역전쟁, 남북 경제협력 등 현실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경영학계는 진짜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경영학 연구·KBR 등 학술지 편집 방향을 바꾸려고 한다"며"지금처럼 순수하게 학문적인 논문뿐 아니라 실무적이고 현실적인 이슈가 있는 논문들이나 토론들도 학회지에 실어서 교수들 연구 업적으로 인정받는 풍토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 편집위원장을 내년 2~3월에 임명할 때 학계도 알고 현실도 아는 분을 편집위원장으로 모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경영학회가 그동안 여러 세부 학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역할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직접 이니셔티브를 쥐고 개별 학회의 코워크를 이끌어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남북 경협, 4차 산업혁명, 미·중 무역전쟁 등에 관한 3개 태스크포스(TF)를 꾸려서 관련 학회와 긴밀히 코워크를 진행한 뒤 시사점을 발표하겠다는 것이다.그는 "내년쯤이면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남북 경협과 소득 주도 성장 등 중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정부 정책이 효과가 있었는지 경영학계가 나서서 평가해볼 것"이라고 말했다.한국 현실과 괴리된 실증 분석만 교수 업적으로 인정받는 풍토도 뜯어고칠 계획이다.김 교수는 "각 대학 학장, 총장, 교무처를 설득해 한국 이슈를 다루는 논문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끔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경영학회는 분기마다 국내에서만 학술대회를 열었지만 2020년 1월에는 중국 선전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다. 한국 경영학자들이 중국 기업들에 대해 좀 더 알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국내에서는 작년에 벤처캐피털 업계를 통틀어 2조원 정도 투자가 이뤄졌지만 선전에서는 대형 회사 한 곳만 따져도 4조원 가까이 투자가 이뤄졌을 정도로 중국 벤처캐피털은 한국 벤처캐피털을 크게 앞서 있다. 김 교수는 "중국 교수들을 초청해 논문 발표도 하도록 할 것"이라며 "화웨이, 텐센트, DJI 드론 등 최첨단 기업들을 교수들이 직접 방문해서 현장을 살피고 향후 교육용으로 활용하게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1년인 경영학회장 임기와 관련해서는 "일본 경영학회 학회장 임기가 3년이고, 중국은 5년"이라면서 "학회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학회장 임기를 2년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업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남북 경협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남북 경협에 대해 사람들은 `북한에 있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제조업을 육성해보자` 정도로만 생각하는데 유무형 기반 시설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북한 상황이 오히려 4차 산업혁명에 유리한 여건일 수 있다는 것이다.핀테크 등 새로운 기술의 글로벌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미 산업 인프라스트럭처가 완비돼 있는 한국에서 무인 자동차는 도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반면 북한은 아무것도 없기에 오히려 글로벌 투자를 받아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기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경주 = 용환진 기자 / 황순민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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