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오피니언 - 김용준 학장칼럼] 美·中경제전쟁에 韓 수혜국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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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0-01
미·중 무역전쟁은 아직까지는 경제전쟁이다. 트럼프의 무역전쟁 선포에 대해 시진핑은 굳건히 대응하고 있다. 양국의 전쟁 피해는 장단기적으로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 판강 베이징대 교수는 미·중 전쟁하에서 중국은 6% 경제성장과 2025 제조업 굴기,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국가와 고르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미국의 무역 금융 제재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지속 발전이 가능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언론이나 정치인들은 미·중 전쟁이 한국에 지대한 위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과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보고서는 동남아시아, 일본, 한국이 미·중 전쟁의 수입 수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미·중 기업의 정책에 대한 한국 기업의 대책에 달려 있다. 앞으로 전개될 글로벌 공급망 변화가 클 산업은 반도체와 에너지다. 반도체 산업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분야의 경기 사이클 하락 국면을 무사히 넘긴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산업에서 미·중 기업의 정책과 한국 기업의 대책은 무엇인가? 에너지 산업의 수요-공급망 변화에 대해 미국 엑손모빌, 중국 페트로차이나의 기업 정책에 따른 한국 SK이노베이션의 대책을 분석해보자.
미국 엑손모빌은 석유왕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을 계승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가스 기업이다. 2015년 셰일 혁명이 시작되고 미국이 에너지 패권에 높은 관심을 두면서 미국 내 셰일 생산과 전력 거래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오하이오주, 웨스트버지니아주, 펜실베이니아주, 텍사스주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셰일을 시추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석유화학 기업 페트로차이나는 막대한 자본금을 바탕으로 캐나다·필리핀 등 국가에 액화천연가스(LNG) 공급기지를 건설해 공급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자국 내 석유 기업 시노펙과 합병을 모색하며 엑손모빌을 뛰어넘는 규모의 석유화학 기업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또 중국은 셰일 보유량이 미국 보유량의 1.5~3배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해 채굴이 쉽지 않다. 페트로차이나는 셰일 매장량이 많은 타림, 쓰촨성 분지와 충칭에 셰일 채굴을 위한 충분한 수자원 확보 기술, 채굴한 셰일을 운송하는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 기업과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 미국의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 석유화학 기업은 석유, LNG, 셰일 매장량이 전무한 한국에서 원유를 수입해서 정유 정제 능력(세계 6위)과 석유화학 산업(세계 4위)을 바탕으로 가공한 석유화학, 제품을 수출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한국의 대표적인 석유화학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수직적 다각화를 통해 원유·LNG 시추부터, 정유, 화학제품 생산 구조를 구축했다. 에너지 수입과 관련해 이미 중국과 미국 외에도 호주 베트남 예멘 등에서 석유 개발 사업을 진행해 공급 안정성을 갖췄다. 최근에는 친환경 산업 투자금을 마련하는 그린본드 채권을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하겠다고 발표하고 전기차용 리튬전지 산업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중국(창저우, 8200억원 투자), 미국(애틀랜타, 1조9000억원), 유럽(헝가리 코마롬, 1조7000억원)의 배터리 공장에 투자하고 있다. 엑손모빌과 페트로차이나는 에너지산업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정책을 펴고, 한국은 대체에너지 개발과 신사업 진출이라는 대책을 실행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대응 전략이 미래에 효율적일지는 미지수다. 사업이 그러하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기는 법이다. 미·중 전쟁하에서 한국 기업의 혁신적인 글로벌 대응 전략이 성공해 한국이 수혜국이 되기를 두 손 모아 바란다.
[김용준 성균관대 경영대학 학장]
기사보기 :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09/758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