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김용준 경영대학 학장 오피니언
-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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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2-17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님이 영면하셨다. 1980년대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이병철 구인회 정주영 회장님과 함께 한국의 대표 창업자이자 기업가의 표상이신 분이다. 존경과 애도를 표한다.
김우중 회장님이 1977년에 설립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영결식을 치르신 것이 눈에 띈다.
1967년 대우실업을 창업하고 10년 뒤에 대우재단 아주대를 설립하셨으니 그때 31세셨다. 청년 인재양성의 꿈을 청년 때부터 가지셨나 보다. 다시 한번 그 청년의 꿈에 머리 숙인다. 그러나 김 회장님의 말년은 매우 아쉽다. 만약 김 회장님이 50세에 대우 회장을 은퇴하시고 사회적 사업을 하셨으면 김 회장님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을 것이다. 만약도 만약 나름이지만 한참 나이인 50세에 사업을 은퇴하시고 사회적 사업을 하시는 창업가가 있을까?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중국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다.
빌 게이츠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갑부다. 1955년 시애틀에서 태어난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했다. 빌 게이츠는 윈도 인터넷 익스플로러, MS 오피스를 개발해 마이크로소프트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만들었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기까지 빌 게이츠는 시장 파괴자 실리콘밸리의 악마로 불렸다.
그러나 2000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스티븐 발머에게 넘기고, 세계 인류 발전을 위한 복지재단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했다. 빌 게이츠는 2008년 53세 나이에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직을 은퇴하면서 기업가에서 사회사업가로 변신했다. 현재 아프리카 에이즈 치료제 개발, 차세대 원자력 배터리 개발, 모기 퇴치 등 새로운 과학을 활용한 연구개발(R&D)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 업적으로 배설물을 재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화장실을 개발했다. 하수도 시설이 부족한 나라를 돕기 위한 근본적인 혁신 사업을 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약 1000억원으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전에 `게이츠 재단`을 시작했다. 2006년 미국 부자 2위인 워런 버핏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약 35조원을 투자했고 남은 자산 대부분을 자신의 재단이 아닌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1년에 4조~5조원을 기부한다. 24년간 약 63조원을 기부한 세계 최대 사립 자선단체다.
중국의 마윈도 빌 게이츠와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64년 항저우에서 태어난 마윈은 1999년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마윈은 타오바오, 알리페이 등을 성공시키며 중국 최고 부자가 됐다.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약 487조원으로 세계 7위다. 알리바바는 중국인이 아침에 일어나 잠이 들 때까지 생활에 빠질 수 없는 플랫폼 기업이 됐다.
그는 알리바바 창립 10주년을 맞았을 때 은퇴를 결심했다고 한다. 중국의 가족경영-종신회장의 전통을 깨고 전문경영인 체제 기업을 만들고자 했다. 2019년 마윈은 전문경영인 장융에게 기업을 승계하고 55세에 은퇴했다.
마윈은 자선활동을 위한 마윈재단을 만들기 위해 빌 게이츠, 워런 버핏과 많은 상담을 했다. 그는 중국 청년창업 사관학교인 후판대학을 설립해 초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그의 열정과 지혜로 사회사업을 한다면 그는 중국 역사에 단순 기업인이 아닌 중국 현대 혁신적 사회사업가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창업자, 기업가들이 제2의 인생을 사회사업가로 멋있게 변신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만 청년창업이 활성화되고 대한민국이 성숙한 기업가정신을 가진 시민사회가 되지 않을까.
[김용준 성균관대 경영대학 학장]
출처 :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12/1054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