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세계 은행들의 눈부신 변신
- SKKGSB
- Hit5602
- 2022-09-22
SKK GSB 영주 닐슨 교수 컬럼 매일경제 (2022.09.13일자)
일반적으로 은행은 가계나 기업을 대상으로 예금을 받고, 예금으로 모인 돈을 이용해 돈이 필요한 곳에 대출해주는 업무를 주로 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에서는 다른 산업보다는 일반 은행에 더 많은 규제를 하고 있다.
규제는 여러 방면으로 이루어지는데, 그중 대표적인 한 가지가 일반 은행의 주요 업무를 벗어나는 일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일이다.
이를 제한하게 된 주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은행이 소유한 자회사에 대출을 더 잘해주거나 또는 자회사의 경쟁사에 대출을 잘해주지 않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다. 그리고 은행이 주요 업무와 상관없는 다른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실패했을 경우 여기서 발생한 위험이 금융 시스템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논란의 여지가 여전히 많기는 하지만, 견고한 이론이나 데이터를 통한 실증적인 연구들로 모두가 동의했다 할 만큼 증명했다 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일반 은행에 부과된 규제를 풀었거나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과정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반면 해외의 많은 은행은 한국보다 규제가 덜할 수도 있고 비슷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좀 오래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미국의 실리콘밸리뱅크(SVB)는 상업은행으로 미국 서부에서 1980년대 초반에 시작했다. 특이점은 대다수의 상업은행이 하듯 예금을 바탕으로 기업에 대출을 해줄 뿐만이 아니라 현재까지 760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2021년 미국에 IPO된 테크놀로지와 헬스케어 기업의 반절 이상이 SVB의 주요 고객이기도 했다. 이렇게 특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세계 주요 은행들은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예금액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으로 손꼽히는 JP모건체이스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2022년 2월 CNBC 보도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프로젝트 블룸(project bloom)'이라는 코드 네임의 내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스타트업과 은행의 고객을 연결해주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이미 해당 프로젝트에는 80명 이상의 인력이 투입됐고, 올해 200명까지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분명 은행 본연의 업무가 아니다.
JP모건체이스 내부에는 'strategic-investments'라는 이름을 가진 팀이 있다. 이 팀은 JP모건체이스의 거의 모든 부분과 함께 일하면서 이머징 테크놀로지나 핀테크에 대한 지분투자를 목표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예를 들어보면 2021년 JP모건체이스는 잔바토(Zanbato)라는 스타트업에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전략적인 지분투자를 한 회사가 됐다. 잔바토는 상장되기 전 기업의 주식 거래 플랫폼을 만드는 핀테크 회사다. 2022년에는 비바월릿(Viva Wallet)이라는 유럽의 클라우드에 기반한 페이먼트 그룹에 49%의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많은 투자를 해오고 있는데, 미래 금융을 이끌어갈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한 회사에 전략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지면의 한계상 한두 회사의 예시만 들었지만 수없이 많은 은행의 전략적인 사업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 주요 은행의 투자는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한 은행의 미래 그리고 금융의 미래 모습을 준비하는 데 굉장히 많이 포커스돼 있지, 당장의 수익을 위한 커머스에 집중돼 있지는 않은 듯싶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바람과 상상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수익을 위한 사업이 아닌 미래 금융과 국가 전체 산업 발전을 위하여 은행의 금융 노하우가 쓰인다면, 금융 규제를 없애는 가장 당위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원문보기: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2/09/805107/